허술한 그물
개울가에 앉아 떠오는 꽃잎을 보네
돌맹이에 부딪혀서
맴맴맴 맴을 돌다가
다시 물살에 떠내려 가네
슬픈 일이네, 참 많은 일들이
부딪혀 잠시 아프다 또 아무 일 없는 듯
떠내려온 지난 날들이.
물살에 떠내려 간 꽃잎이
여기 잠시 멈춰서 맴 돌던 저녁은
생각에 잠겨
돌맹이에 부딪힌 시간의 의미를 새기던 것이리
달빛 내린 밤을 뜰 아래 내려
눈 감은 채 서성이는 선비와 같이.
내 지난 생이란 허술한 그물로
거친 바람 붙잡으려
공중 무지개 잡으려
눈을 뜨고 내달린, 그러나 어디에고 가만 멈춰 서서
골똘하니 눈을 감고 새겨보지 못한
달리는 말의 헛된 눈망울
꽃 피는 산도
눈 덮힌 산도
보지 못한.
꽃잎이 서해에 닿았다면
천리여행의 사연이 바다에 이른 것
하지만 내가 어둔 산에 숨 없이 누워
저승 별 바라볼 때는
가만가만 들려줄 따듯한 사연이 없어
그저 침묵으로 닫힌 입은 쓸쓸하리
슬프고 가슴 저미는
가슴까지 환해지는 참 많은 아린 사연을
애기 별들에게 도란도란 들려주려면
삶은 사는 게 아니라
깊이 음미하는 것
오늘 밤 뜰 아래 내려 서늘한 바람 속으로
촘촘한 숙려의 그물을 펴고
지난 과오 눈물이 젖어도 흉될 것은 바이 없으리.
4342. 8. 8. 푸른물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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