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가詩歌

허술한 그물

개울가솔바람 2009. 8. 9. 04:20

허술한 그물

 

개울가에 앉아 떠오는 꽃잎을 보네

돌맹이에 부딪혀서

맴맴맴 맴을 돌다가

다시 물살에 떠내려 가네

슬픈 일이네, 참 많은 일들이

부딪혀 잠시 아프다 또 아무 일 없는 듯

떠내려온 지난 날들이.

 

물살에 떠내려 간 꽃잎이

여기 잠시 멈춰서 맴 돌던 저녁은

생각에 잠겨

돌맹이에 부딪힌 시간의 의미를 새기던 것이리

달빛 내린 밤을 뜰 아래 내려

눈 감은 채 서성이는 선비와 같이.

 

내 지난 생이란 허술한 그물로

거친 바람 붙잡으려

공중 무지개 잡으려

눈을 뜨고 내달린, 그러나 어디에고 가만 멈춰 서서

골똘하니 눈을 감고 새겨보지 못한

달리는 말의 헛된 눈망울

꽃 피는 산도

눈 덮힌 산도

보지 못한.

 

꽃잎이 서해에 닿았다면

천리여행의 사연이 바다에 이른 것

하지만 내가 어둔 산에 숨 없이 누워 

저승 별 바라볼 때는

가만가만 들려줄 따듯한 사연이 없어

그저 침묵으로 닫힌 입은 쓸쓸하리

 

슬프고 가슴 저미는

가슴까지 환해지는 참 많은 아린 사연을

애기 별들에게 도란도란 들려주려면

삶은 사는 게 아니라

깊이 음미하는 것

오늘 밤 뜰 아래 내려 서늘한 바람 속으로 

촘촘한 숙려의 그물을 펴고  

지난 과오 눈물이 젖어도 흉될 것은 바이 없으리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4342. 8. 8. 푸른물결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 

 

'시가詩歌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수수꽃다리향 아래서   (0) 2009.05.15
청미천 하류에서  (0) 2009.04.23
창문 아래  (0) 2009.04.23